가을 꽃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 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나는 한번도 그 시대에 앞장서 본 적이 없었다던 정호승 시인. 서정시를 좋은 눈으로 봐주지 않던 시절에도 한결같이 감성을 져버린 일이 없어서인가 꾸준한 독자층을 저변에 두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시들을 발표해 왔다. 많은 작곡가들이 그의 시에 곡을 붙여 대중에게 전달되었고 그의 몇 몇 시집은 20년 이상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상의쉬운 언어로 현실을 시詩로 쓰려고 한 시인이 받는 마땅한 처우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