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어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소설가이기도 한 이외수 시인은 시가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최상의 방부제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그가 이 시대의 마지막 서정 시인이라고도 한다. 용솟음 치는 뜨거움 때문이었을 까, 그는 참으로 피폐하고 용감하게 한 세월을 살았다. 말이 쉽지, 그가 버리고 또 버린 껍데기들이 그를 맨 밑바닥으로 내팽겨쳤고 거기서 그는 다시 일어섰다. 이 시에서 처럼 ‘한 세월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나보다. 시인은 현재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