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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읽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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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un Eun Sook - Poem
 변은숙-읽고 싶은 시

백세세대(白世世代)

| 2016.03.14 84

강숙려 쪼그리고 앉아 앙증맞은 고 작은 손으로 인형 옷을 오려 내던 가위질 손을 잠시 놓고 "엄마, 밥이 이제 발까지 다 내려갔어." 어여뻐라! 배가 고파졌다고 꼭 제처럼 말하는 것 좀...

천마산 물소리

| 2016.03.14 107

천마산 물소리 오태환 내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리 상수리나무 물푸레나무 푸른 그늘 사이사이 저렇게 달빛이 환해서 그대 물소리의 내장內臟까지 찬란히 비쳐 보이는 밤이면 그대 물소...

| 2016.02.11 97

새 박판식 서른두 마리의 조각된 새를 돌보겠다고 나선 건 나였다 그 일은 닫힌 문의 빗장을 푸는 일처럼 간단해 보였다 먹이를 줄 필요도 없고 사랑으로 감쌀 필요도 없고 집을 만들어줄...

황금수레

| 2016.02.11 48

황금수레 김명인 세상 끝까지 떠돌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마침내 침상조차 등에 겨워졌을 때 못 가본 길들이 남은 한이 되었다 넘고 넘겨온 고비들이 열사(熱砂)였으므로 젊은 날의 소망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2016.01.21 58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마광수 늙어버린 여배우의 모습은 나를 슬프게 한다. 늙어버린 나의 모습도 나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내 방안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이혼한 옛 아내의 립스틱이 ...

| 2016.01.21 30

눈 이은봉 눈이 내린다 두런두런 한숨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뺨 부비며 눈이 내린다 별별 근심스런 얼굴로 밤새 잠 못 이룬 사람들 사람들 걱정 속으로 눈이 내린다 참새떼 울바자에 ...

나는 내가 좋다

| 2016.01.21 69

나는 내가 좋다 문태준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우화의 강

| 2015.12.29 43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2015.12.29 68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 2015.12.29 114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 이름 없는 것들이지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 죽여도 좋다고 말하던 어느 백인 장교의 명령 같지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2015.12.10 98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

푸른 밤 [1]

| 2015.12.10 21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사라진 것들의 목록

| 2015.11.25 71

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가을비

| 2015.11.25 20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가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