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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읽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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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un Eun Sook - Poem
 변은숙-읽고 싶은 시

가벼운 농담

| 2017.02.15 4

가벼운 농담 김동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집이면 좋겠어 명지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

눈물

| 2016.11.14 54

눈물 김춘수 남자와 여자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밤에 보는 오갈피 나무, 오갈피 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있다.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발바닥만 젖어 있다고 ...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 2016.11.14 93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한연희 수박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 누군가와 마주 잡은 손의 온기, 창문을 꼭꼭 닫아놓고서 누운 밤, 쟁반 가득 쌓인 귤껍질들이 말라가는 ...

시월

| 2016.11.14 30

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산문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

9월이 오면

| 2016.09.21 69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 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 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水墨정원 9 - 번짐

| 2016.09.21 57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

안녕, 드라큘라

| 2016.09.21 104

하재연 당신이 나를 당신의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면 나는 아이의 얼굴이거나 노인의 얼굴로 영원히 당신의 곁에 남아 사랑을 다할 수 있다. 세계의 방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햇살로 가득하...

그리워질 오늘

| 2016.09.21 65

그리워질 오늘 홍영철 길 위에 있었네 길 위에서는 어디로든 가야만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곳으로 스쳐 지나가는 저물녘 아프다, 살았다는 것 밖에는 아무 추억이 없을 하루 ...

감자꽃 따기

| 2016.09.21 45

감자꽃 따기 황학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폐교 운동장만 한 눈물이 일군 강설(降雪)하얗게 피었다 장가가고 시집갈 때 모두들 한 번 기립해 울음을 보...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2016.09.21 37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 2016.09.21 21

신경림 아주 먼 데. 말도 통하지 않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먼 데까지 가자고.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왔다. 걷고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몇 날 몇 밤을 지나서. 이쯤은 ...

실업

| 2016.09.21 22

  여림    즐거운 나날이었다 가끔 공원에서 비둘기 떼와 낮술을 마시기도 하고 정오 무렵 비둘기 떼가 역으로 교회로 가방을 챙겨 떠나고 나면 나는 오후 내내 순환선 열차에 고개를...

누가 우는가

| 2016.09.21 26

나희덕 바람이 우는 건 아닐 것이다 이 폭우 속에서 미친 듯 우는 것이 바람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창문을 때리는 순간 얼핏 드러났다가 끝내 완성되지 않는 얼굴, 이제 보니 한 뼘쯤...

풀과 생각

| 2016.09.21 63

풀과 생각 이병일 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 생각도 아무 때나 자라고 아무 때나 푸르다 그 둘이 고요히 고요히 소슬함에 흔들릴 때 오늘은 웬일인지 소와 말도 생각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