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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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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Joseph Chung - Column
 정희수 칼럼





 

- 퀘벡주립대 몬트리올 캠퍼스(UQAM) 교수 겸 육영재단 이사장 정희수 -

 

 

 

2.2.6 인종차등화

 

우리는 종종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퀘벡 주에도 인종차별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퀘벡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그것은 인종차별보다는 인종차등화(Racial Differentiation)라는 표현이 더 현실적이다.

 

인종차별은 가시적 소수민족(흑인, 황인)이 백인과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법이 정하는 인권을 침해 당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퀘벡을 비롯한 캐나다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인종차별은 없다.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 보라. 그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종차등화였을 것이다. 즉, 가시적 소수민족이 체험하는 대부분은 인종차등화다. 인종차등화 극복방안은 취업을 원하는 자녀와 직장 내에서 진급을 앞둔 자녀가 염두에 두어야 할 성공요건이다.

 

가시적 소수민족보다 이 땅에 먼저 정착한 백인민족(특히 프랑스계 백인)이 가시적 소수민족을 차등화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지언어를 못해서, 현지의 정치/경제/사회현황을 몰라서, 현지문화를 몰라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달라서, 봉사의식과 팀워크의식이 부족해서, 민족적 선입견(Profiling)...등등의 이유로 인종(또는 민족, 개인)을 차등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유형의 차등화는 조금만 노력하면 없어질 수 있다. 현지언어를 배우고, 현지사회에 관심 갖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면 모두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즉, 인종차등화는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가시적 소수민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지언어를 배우는 문제는 우리 자녀에게 커다란 문제가 없다. 자존심과 자신감을 키우는 문제도 자녀 혼자서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한류문화는 한국계 혈통이라는 자부심을 자녀에게 심어주고 정신적 성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활동과 연관된 차등화 요소들(봉사의식, 팀워크의식, 정치/경제/사회현황 인지도)과 문화적 차등화 요소들(가치관/사고방식/문화차이), 그리고 민족적 선입견(프로파일링, Profiling)은 자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인종차등화 요소의 해소를 위해서도 동포단체가 나서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프로파일링이란 퀘벡사회가 이민민족(또는 인종)을 평가할 때 그가 속한 민족공동체의 위상과 이미지를 반영하는 현상을 말한다. 퀘벡 주류사회는 이민공동체에 대하여 ‘범죄(흑인), 테러(아랍인), 게으름(남미인)’ 등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인은 근면하지만 불어를 못하고 퀘벡사회 적응이 부진 하다고 생각한다. 퀘벡사회는 ‘근면한 이민공동체, 대정부 재정의존도가 낮은 이민공동체, 퀘벡사회에 참여하는 이민공동체, 퀘벡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퀘벡사회와 같은 비전을 갖는 이민공동체’를 선호한다. 1세가 나서서 퀘벡사회가 선호하는 이민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자녀가 인종차등 당하지 않도록 돕는 방법이다.

 

 

2.2.7 가치관 통합

 

유교적 수직 가치관이 지배하는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다. 집 안과 밖에서 겪는 다른 가치관의 조정에 실패한 자녀는 취업과 직장생활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캐나다 또는 퀘벡 주의 공무원이 되려는 자녀가 있다고 하자. “만약 당신의 직속상관이 회사의 발전에 방해되는 언행을 했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면접관에게 받았을 때 수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자녀는 당황하여 답을 망설이거나 “(저의 상관이기 때문에) 무시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질문을 받는 순간 자녀의 머릿속에 내재한 수직적 가치관이 ‘윗사람은 옳다. 윗사람이 진리를 독점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이것은 잘못된 답이다. 면접관이 원하는 답은”더 위의 상관에게(또는 사장님께) 보고할 것입니다”이다. 이 글을 보면서 “나도 공무원 시험 볼 때 그런 질문을 받았는데…”라고 생각하는 자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직적 가치관이 자녀의 주류사회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녀는 부모들의 유교적 가치관을 이해하고 부모는 자녀들의 기독교적 가치관을 존중해서 두 가치관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가치관 통합의 핵심은 고유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현지사회의 가치관을 받아드리는 것이다. 고유 정체성은 한국문화의 산물이다. 한국문화의 철학적, 영적 유산은 불교와 유교다. 유교가 학습에 대한 정열과 충효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면 불교는 내면의 자아를 추구하게 한다. 반면에 퀘벡문화의 철학적 뿌리는 기독교이며 기독교의 핵심은 사랑과 평등이다. 즉, 한민족의 가치관 통합은 수직적인 ‘충효’와 수평적인 ‘사랑’의 통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자녀가 이 같은 통합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할 때 구직에 성공하고 나아가 퀘벡사회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