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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읽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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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un Eun Sook - Poem
 변은숙-읽고 싶은 시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by 한카타임즈 조회 수:27 2017.09.22 14:35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총알 하나가 속에서 울고 있듯이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 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운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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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니, 이상 살아있는 것들을 먹고 싶은 마음이 가셔버린다. 시인은 어쩌자고 고등어를 앞에 두고 아픈 어머니를 떠올리는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천지가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만든다.

김경주 시인은 2003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 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