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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읽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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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un Eun Sook - Poem
 변은숙-읽고 싶은 시

겨울 강구항

| 2017.12.14 6

겨울 강구항 송수권 상한 발목에 고통이 비듬처럼 쌓인다 키토산으로 저무는 십이월 강구항을 까부수며 너를 불러 한 잔 하고 싶었다 댓가지처럼 치렁한 열 개의 발가락 모조리 잘라 놓고 ...

연탄 한 장

| 2017.12.11 6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

당신의 날씨

| 2017.12.11 1

당신의 날씨 김근 돌아누운 뒤통수 점점 커다래지는 그늘 그 그늘 안으로 손을 뻗다 뻗다 닿을 수는 전혀 없어 나 또한 돌아누운 적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출 수 없어 나 또한 그만 눈...

호수

| 2017.12.11 2

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

겨울 노래

| 2017.11.22 10

겨울 노래 마종기 눈이 오다 그치다 하는 나이, 그 겨울 저녁에 노래 부른다. 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 오래 전부터 헐벗은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 내...

가을 꽃

| 2017.11.13 10

가을 꽃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

대답하지 못한 질문

| 2017.11.08 32

대답하지 못한 질문 유시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시대가 와도 거기 노무현은 없을 것 같은데 사람 사는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야 그...

서랍에 대하여

| 2017.11.08 10

서랍에 대하여 나희덕 서랍을 열고 나면 무엇을 찾으려 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을 닫고 나면 서랍 안에 무엇이 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은 하나의 담이다 감싸고 품어내는 것, 그...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 2017.11.08 13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김중일 눈동자는 일년간 내린 눈물에 다 잠겼지만, 눈썹은 여전히 성긴 이엉처럼 눈동자 위에 얹혀있다. 집 너머의 모래 너머의 파도 너머의 뒤집힌 봄, 해변으로 밀려...

꽃차례

| 2017.10.12 25

꽃차례 김명인 그가 떠나면서 마음 들머리가 지워졌다 빛살로 환한 여백들이 세찬 비바람에 켜질 당할 때 그 폭풍우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절망하고 절망하고서 비로소 두리번거리는 늦봄의 끝...

물로 쓰는 왕희지체

| 2017.10.12 19

손택수 먹물인가 했더니 맹물이다 소흥 왕희지 사당 앞 노인이 길바닥에서 논어 한 구절을 옮겨놓고 있다 페트 물병에 꼽은 붓으로 한 자 한 자 그어 내리는 획이 왕희지체 틀림없다 앞...

놀란 강

| 2017.10.12 7

놀란 강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2017.09.22 33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

몬트리올 사람 15

| 2017.09.22 65

어느 늦은 봄날 가로등은 혼자 밤을 지키기가 너무 적적해서 슬그머니 어린 포도넝쿨을 꼬드보았다. 그날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가 잠 안 자고 지켜본 것은 사실 아니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