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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읽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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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un Eun Sook - Poem
 변은숙-읽고 싶은 시

꽃차례

| 2017.10.12 12

꽃차례 김명인 그가 떠나면서 마음 들머리가 지워졌다 빛살로 환한 여백들이 세찬 비바람에 켜질 당할 때 그 폭풍우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절망하고 절망하고서 비로소 두리번거리는 늦봄의 끝...

물로 쓰는 왕희지체

| 2017.10.12 7

손택수 먹물인가 했더니 맹물이다 소흥 왕희지 사당 앞 노인이 길바닥에서 논어 한 구절을 옮겨놓고 있다 페트 물병에 꼽은 붓으로 한 자 한 자 그어 내리는 획이 왕희지체 틀림없다 앞...

놀란 강

| 2017.10.12 3

놀란 강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2017.09.22 27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

몬트리올 사람 15

| 2017.09.22 56

어느 늦은 봄날 가로등은 혼자 밤을 지키기가 너무 적적해서 슬그머니 어린 포도넝쿨을 꼬드보았다. 그날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가 잠 안 자고 지켜본 것은 사실 아니다. 다만...

여울목

| 2017.09.08 16

김선우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물은 슬쩍 제 몸을 휘네 튕겨오르...

도화 아래 잠들다

| 2017.09.01 20

김선우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

사랑의 기억은 흐려져 간다

| 2017.09.01 12

류시화 사랑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 짓 첫눈 속에 파 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

겨울공화국

| 2017.09.01 13

겨울공화국 양성우 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눈을 뜨면서 뜨겁게 뜨겁게 숨쉬는 것을 보았는가 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가라앉으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으면서 불끈불끈 주먹...

더듬다

| 2017.09.01 8

허은실 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는 아픈 것을 참...

히스테리아

| 2017.09.01 8

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

커피

| 2017.07.13 62

커피 李 相 잔 속에 나를 기울이네 파리한 오후가 흔들려서 한 줄기 강을 입안에 흘러 넣자 내 고독을 덮는 테풍의 향기 -------------------------------------- 이상 시인은 분명 1930년대 살았음에도...

백색 -모서리를 읽다

| 2017.07.13 16

백색 -모서리를 읽다 임봄 둥근 앉은뱅이 밥상이 사라진 후부터 방안엔 점점 모서리가 생겨났다 네모난 식탁 모서리들을 쓰다듬는 달빛만 갈수록 둥글어졌다 밤이 깊어지면 누군가가 딱딱 이...

서시

| 2017.06.29 20

서시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