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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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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g Byung Ho - China Review
 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조강지처 불하당 糟糠之妻 不下堂

 

최근 한국의 주말 밤에 우리 어머님들 관심을 끄는 드라마가 한편 있습니다. “조강지처 클럽이라는 드라마인데 남자들 눈에 보이기는 현실성도 떨어지는 이 드라마를 왜 그렇게 좋아들 하시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가 몇 번 드라마를 보다가 우리가 흔히 쓰는 조강지처라는 말의 본 뜻이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저 막연히 정식으로 결혼한 부인이라는 의미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 고사의 유래에 참으로 깊은 뜻이 있어 소개해 드려봅니다.

중국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삼국지에 버금가는 소설 초한지를 읽어보신 분들도 꽤 있으실 것이고 글자만 있는 책은 읽기 싫어하셔서 고우영의 만화책으로도 어디서 본 것도 같은 이름 항우와 유방. 진나라 말기에 몇백년에 하나 나올 불세출의 영웅 항우(項羽)가 동네 건달 비슷하던 유방(劉邦)에게 패한 것이 자기의 힘만 믿고 부하의 말을 듣지 않았던 항우에 비해 마음은 독하고 악랄했지만 측근들의 좋은 의견을 수렴하였던 유방의 리더십에 있다고 요즘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의 연구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天下의 힘 센 장사 항우와 맞짱 떠 이긴 유방은 내친김에 <>이란 이름을 가진 나라를 세웁니다. 그러나 힘으로 이룬 나라힘으로 망하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라 건국 200년에 나라 꼴은 피폐해지고 왕망(王莽)의 정변을 잠시 거쳐 유씨 집안의 자손 유수(劉秀)가 다시 先代의 업을 이으니 그가 곧 광무제(光武帝)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人才가 빛을 내는 법! 당시 인사들 가운데 송상(宋尙)이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大臣의 반열에서도 특히 명망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가 자식을 잘 키워 조정에 출사케 한 아들이 송홍(宋弘)입니다. ~! 이 장황한 배경과 인물 설명은 성경의 구약을 빼다박았습니다

또 한번 어쨌든, 宋弘은 어릴때부터 총명하고 거기다 人間性 좋고 생김새도 문자 그대로 <준수>...바로 그것이었답니다. 준수...하면"송 준수"라 소문이 돌았다는데, 하는 짓도 남달랐던 宋弘은 나라에서 받은 월급은 노복들에게 나누어 주고 영지(領地)로 받은 땅의 소작료도 小作人들에게 넉넉하게 베풀어 주고…… 한카발행인께서 잘 쓰시는 말씀. 이른바 잘 나가는 청춘이었답니다. 長安에서 "준수"를 모른다면 간첩이나 몰랐을까? 장동건, 정병호 뺨치는 인기는 드디어 임금의 귀에까지 가서 어느덧 임금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떤 비 갠 날 아침, 송홍이 관복을 갈아입고 집을 나오려는데 마누라가 평소에 하지 않던 꿈 이야기를 합니다.

"어젯밤 꿈에 용이 당신을 낚아 채 가려 하더이다."

무슨 여자가 아침부터 꿈 타령인가...하며 듣는둥마는둥 오전에 예하부서에서 올린 서류를 살짝 훑어보고 점심 먹고 얼마나 되었을까 ? 윗전에서 전갈이 옵니다. <어른>께서 뵙자 하신다고... 내심 "오늘 또 전번에 새로들인 병풍 이야기를 하시려나..?" 했답니다.

광무제에게는 두 해전 시름시름 앓던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손위의 누나가 하나 있었는데, 친정 동생이 임금이니 뭐 그리 애달캐달 할 일도 없었고.... 그냥 동생임금하고 소일이나 하면서 잘 보내다가 어느 날, 남매 둘이서 조정의 臣下들 사람 됨됨이를 얘기하던 끝에 동생 임금이 묻습니다.

ㅡ 누나는 누가 괜찮아 보입디까?
ㅡ 그야 풍채로 보나 기량이 넓은것으로 말해말 할 것도 없이 송홍이지
...
속으로 "우리 누나가 송홍을 짝사랑 하는구나.." 여기던 임금.

ㅡ 내 언제 그 양반 의중을 한 번 떠 보리다.

하고 부른것이 바로 그 날 인 것이었습니다. 가벼운 입치레 인사를 마친 임금이 수작을 건넵니다.

ㅡ 世上 人心으로 봐서 사람은 누구나 貴人이 되면 사귐의 交分도 고치고 마누라도 예쁜 여자를 새로 얻어 人生을 다시 시작한다 던데 그게 사람 사는 인지상정이겠지요...?

 

뜬금없는 이야기에 화들짝 놀란 송홍, 머리를 굴리면서 (...이게 무슨 말씀..?) 아침에 뻐근하던 머릿속이 갑자기 요동칩니다. 그러면서 용이 당신을 채가려 했다는 마누라의 꿈 얘기가 연결되며 머릿속의 CPU는 코어 투 듀오로 연산처리에 가속도를 붙입니다. 냉정을 되찾은 송홍은 짐짓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천하의 남정네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낭독해 주십니다.

- ... 臣이 생각하기로는 ... 신분이 미천하고 낙척할 때에 사귄 친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떠한 경우에라도  그를 잊어서는 아니되고 (貧賤之交 不可忘, 빈천지교 불가망) 집안이 가난하여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때워 고생한 마누라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내치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糟糠之妻 不下堂 조강지처 불하당)

 

임금의 누나는 얼마전에 새로 들인 병풍의 뒤에서 송홍이 하는 말을 엿듣고 있었습니다. 송홍을 돌려보내고 임금이 그의 누나에게
ㅡ 안 되겠지요
...?
ㅡ 그럴 줄 알았지만, 마음이야 뭐 접겠지만, 오늘 보니 더더욱 멋진 사람이라고 느껴지는구나. 내 福에.... !

 

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 온 송홍이 딴청을 피우다가 안되겠던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마누라에게 들려줍니다.

ㅡ 내 꿈이 맞았지요?
ㅡ 원 여자들이란... (작전상 뻑! 이란 말 들어봤나 몰라..^^)

이야기를 끝낸 송홍은 읽다 만 책을 들고 사랑으로 건너가고 이런 류의 이야기 끝에 항상 같은 마무리, 저녁 밥상이 평소와 달랐다지요. 잡지책에서 본 스킨십도 복습했을 겁니다.

 

글 쓰고 있는 저는 술지게미와 쌀겨로라도 마누라 먹여 살려 내쳐지지 않는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조강지부 불하당. 염불외우는거같네요..

 

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