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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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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g Byung Ho - China Review
 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알면 재미있는 중국어의 외래어 표기법
 
상해에서의 열기! 공기보급!
은별! 다시 밝게 빛나다!!
늙은 호랑이의 질주, 끝은 언제인가!!
 
 만약 여러분들께서 이런 문구를 보시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상해 날씨가 더워 공기를 급하게 보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거나 빛을 잃었던 별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정도로 상상하시겠지요.
그러나!!! 정답은 바로 "그룹 Air Supply!! 상해 콘서트의 열기! Hollywood배우 Sylvester Stallon, 다시 빛나다” “골프선수 Tiger Woods, 우승행진 언제 끝날 것인가가 되겠습니다 공기보급(空氣補給)” Air supply의 뜻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이고, “은별(銀星)” Sylvester Silverstar로 오인하고 잘못 번역한 사례이지만 요즘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표기법입니다. 이쯤 되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왜호랑이 숲들이라고 하지 않았는지가 이상할 정도지요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타이거 우즈를 늙은 호랑이라고 했는지도 궁금하시겠지요. 중국에서는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부를 때 그 사람의 성씨 앞에 늙을 로()자를 붙여 老金, 老李, 老崔등으로 부르기를 좋아하고, 특정인을 친근감있게 호칭할때도 이름이나 성씨 앞에 老자를 붙이기도 합니다.
 
 중국에 살면 이런 식으로 표기한 외래어에 익숙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Mc Donald를 말이지, 막도널~ 까지는 아니더라도 맥도날드 정도는, 아니면 일본애들처럼 마끄도나르도 정도는 되어야 유추를 할 수 있지 않겠냐, 도대체 마이땅라오(麥當勞)는 어떻게 만든것이냐, 이래서 올림픽은 어떻게 치루고 선진화는 언제 이룰래!!!”라고 자못 심각하게 따지면, “13억 인구에게 중국어 가르치기도 벅차다. 나이 드신 분들이 영어를 몰라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발음에 가까운 한자 중에서 좋은 뜻을 조합해가지고 이렇게 부르는 데우리는 불편한 거 없다.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도 어딘데하하라고 별 것 아니라는 듯한 대답이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근데 너무 자상하게 신경을 써주는 바람에 국가 이름에 들어간 영어 단어도 의미에 맞는 한자를 찾아서 대체를 해주네요. 뉴질랜드의 영어표기가 New Zealand인데 여기에서 New를 우리도 다 알고 있는 한자 새로울 신()으로 친절하게 바꿔서 불러줍니다. Zealand와 발음이 비슷한 한자 西蘭(한글로 굳이 발음을 해주면 시란.란의 ㄹ이 영어 L발음이니까 실란~). 新 西蘭! 인도 뉴델리(New deli)도 앞쪽에 New를 신()으로 바꿔서 신덜리! 뉴델리가 고향인 인도친구들도 잘 모르는 신덜리~. 중국어가 그래서 재미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코쟁이 친구들이 서울을 Seoul - 세올~ 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똑 같은 것이니 비하하지는 마세요.
 
 중국어가 크게 Mandarin과 Cantonese로 나뉘는 것은 다 알고 계시겠지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북경표준어를 Mandarin, 광동성 사투리를 Cantonese라고 합니다. 전체인구 중에서 Mandarin을 구사하는 인구와 Cantonese를 구사하는 인구의 비율은 오히려 Cantonese 구사비율이 더 많고 이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경제력이 Mandarin 구사인구보다 더 앞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의 수도가 북경이었고 이 정치적인 힘이 근현대까지 이어내려오면서 국가의 표준어를 Mandarin으로 책정했다는 말도 있고, Mandarin의 언어내부에서의 사투리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Cantonese의 사투리는 종류와 변화가 너무 다양해 표준화하기 힘든 점이 국가의 표준어제정시 고려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 만다린의 사투리 정도는 우리나라의 표준말과 사투리 차이처럼 억양이나 말투의 차이 정도라고 비교할만하고, 캔토니스의 사투리는 전혀 알아먹기 힘든 제주도 사투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만다린과 캔토니스가 전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별종의 언어이면서 캔토니스 안에서도 이런 별종의 언어가 동네마다 존재한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 중국어라고 알려진 언어는 사실 대부분이 광동어인 캔토니스였습니다. 액션스타 주윤발이 영화에서 심각한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높은 톤과 노래 같은 억양으로 대화를 나눈 것도 광동어이고 지금의 30~40대 아저씨들이 10대였을 때 가슴 설레어 잠못이루게 했던 왕조현의 코맹맹이 언어도 바로 광동어였습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이후로 홍콩의 영화들이 중국에서 상영되고 중국의 영화들도 세계 무대에 나서면서 주윤발 유덕화 성룡도 영화속 언어를 광동어에서 북경어로 바꾸었고(한동안 광동어로 된 영화를 북경어로 더빙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국을 방문해서 인터뷰를 하는 언어도 북경어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광동어의 위력은 아직도 영어사전이나 일상생활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베이징(Beijing)이라고 이야기하는 수도 북경도 예전에는 다 Peking이라고 했는데, 영화 ‘북경에서의 55일’도 ‘55days at Peking’이었고, 펄 벅의 소설 ‘북경에서 온 편지’도 “A Letter from Peking”입니다. 北京이라는 한자의 광동어 발음이 Peking 이었기 때문이지요.
 
 한중일 3개국을 비롯하여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아메리카 합중국을 ‘아름다운 나라, 쌀 나라, 꼬리 나라, 아닌 나라 미국’이라고 표현합니다(美米眉未~國). 이 미국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이렇습니다. 아메리카사람이 중국에 처음 알려졌을 때 만난 사람이 아마 광동 사람 이었나 봅니다. 이 광동 사람이 영어의 intonation때문에 아메리카(A-me-ri-ca)의 ‘a’는 잘 들리지 않고 me위에 강세 콕 찍어서 ‘메리카’라고 듣고 그 발음과 가장 가까운, 가능하면 뜻도 좀 좋은 한자를 찾아서 표기했겠지요(제가 몬트리올 있을 때 바닐라 아이스크림 주세요 하면 못 알아먹고 닐~라 아이스크림 주세요 하면 알아먹던 마끄도나르도 아가씨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찾은 글자가 지네 동네 광동어로 ‘미리컨’이라 발음되는 미리견(美利堅 또는彌利堅)이었습니다. 메~리카, 미리컨… 좀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근대 아시아 각국의 역사서에 보면 미국을 미리견국(彌利堅國, 美利堅國)이라고 표기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제일 앞 글자를 따서, 착한 짓을 하면 아름다운 나라 美國, 2차대전을 패전으로 종결 짓게 한 일본에게는 아름답다고 하기는 싫은 대충 가져다 붙인 그냥 별 관련의미가 없는 쌀 나라(米國) 또는 꼬리나라(尾國), 지금처럼 나쁜 짓을 더 많이 하면 아닌 나라(未國) 미국이라고 표기하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캐나다 몬트리올은 중국어로 다음과 같이 표기합니다. 加拿大, 蒙特利尔. 한글로 살짝 토를 달아드리면 쟈나다, 멍터리얼… 도대체가 이 ‘멍’이라는 발음이 맘에 안듭니다. 멍때리는거같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