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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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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g Byung Ho - China Review
 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지진의 여파가 너무 심각합니다. 저번 주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은 중국 정부가 지진 피해자 애도기간으로 정해놓고 이 기간 동안 오락, 유흥활동을 전면 금지하였고 방송사의 logo,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홈페이지등은 모두 흑백화면으로 바뀌었으며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는 접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도시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매일 열렸고 희생자를 위한 기부금 모금 활동도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 보니 성금모금단체로 위장하여 돈을 빼돌리는 사람도 있고, 온라인 게임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고 피해주민들에게 악담을 퍼붓는 철없는 여대생도 있었으며, 국제 적십자회등에서 제공한 구호품을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피해지역 군,,공무원들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국가적으로도 너무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소식을 보고 이웃나라의 슬픈 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게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닌듯 해서 본의아니게 또 한 주 쉬게 되었습니다.

1차지진 이후에 백 여 차례의 여진이 계속 되다가 27일에는 리히터규모 5.7의 강력한 여진으로 4만여 채의 가옥이 또 무너지고 피해자가 발생하여 25일 현재 지진으로 6 5,080명이 사망하고 2 3,150명이 실종돼 인명 피해규모가 9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부실한 건축물들이 지진 피해를 확대시킨 요인으로 이미 보도 되기도 했고, 피해를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차분히, 규범에 맞게 진행되어 불필요한 피해를 입는 일이 다시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단기적, 가시적 성과를 이용한 지도력을 선전하기 위해 지진 피해 복구현장이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여론도 형성 되고 있고, 복구현장의 비리에 대해서도 엄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다른 시기와는 구별되는 비장함이 있습니다.

일본의 교과서 문제, 과거사 반성문제에 대해서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조를 같이 했던 한 중 양국 관계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후 한국의 외교가 미국 일본 중심으로 노선을 선회하고 새정부 출범시 주중 대사와 상하이 영사를 한꺼번에 내각의 관료로 빼간 후 대사임명을 5월 중순까지 미뤄놓은 외교적 결례등과 겹쳐 한국 정부에 대한 시선이 냉랭합니다.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 많은 구조단이 도착해서 협력하고 있는 구호외교의 현장에도 이런 외교적 관계 때문에 한국의 노력이 외면당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억울하기도 합니다.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부 중국인들의 결례에 대한 한국민들의 반응에 더하여, 한국의 경솔한 누리꾼들이 티벳사태를 잘못 처리한 중국이 석가탄신일(지진이 일어난 512일과 날자가 같습니다.)에 벌을 받았다는 등의 철없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고, 평소 중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지진참사 이후에도 온라인상에 그대로 표출되어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자중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한동안 소원했던 외교적 관계를 후진타오 중국주석의 일본 방문으로 개선한 일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많이 따듯해진 느낌입니다. 어제 방송에는 일본 국제긴급구조대 대원들의 구조 활동을 자세하게 보도한 뉴스가 오랜시간동안 방송되었습니다. 지난 17(현지시각) 오전 무너진 병원 자리에서 수습한 한 여성의 시신을 앞에 놓고 나란히 정렬해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하고 있는 일본 구조대원들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면서 지진사태를 대하는 일본의 경건한 태도에 중국인들이 감동하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 중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중국 지진 참사에 대한 악플이 없었다고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진 현장을 방문하여 복구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오늘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하여 피해를 당한 중국민들을 위로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일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외교적인 관례 등에 상관없이 서로 아픔을 같이 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아프고 슬플 때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 아니겠습니까? 도움을 주면서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하니 동정의 여지가 없다는 교민들도 있고, 좋은 소리 듣자고 도와주는 건 도와주는 것이 아니니 마음으로 돕고 위로하자는 교민들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대상이 타국에서 일어난 불상사이건, 교민들끼리의 불상사이건 자주 보여지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슬픔은 격식도 차별도 정도의 차이도 없는 것입니다. 중국 지진 참사에 대한 양국정부, 교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인들과 중국에 살고 있는 다른 교민분들의 아픔에 좋지않은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반성해봅니다. 제가 아프고 힘들 때, 멀리 몬트리올에서도 저에게 힘이 되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 있으신데... 가까이 있는 내 이웃을 좀더 사랑하고 아껴야겠습니다.

 

 

정병호(bik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