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본문시작


  Jeong Byung Ho - China Review
 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백두산 맑은물

by 한카타임즈 조회 수:1942 2012.10.30 06:05


baekdu.png : 백두산 맑은물

b6.jpg : 백두산 맑은물

신라면과 스낵류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농심이 요즈음 중국 내수시장에 ‘백산수’라는 이름으로 생수를 출시했습니다. 우리 이름 백두산을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고 부르고 있고 ‘백산수’는 장백산 광천수를 줄여 말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좋은 물, 나쁜 물 그 맛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입맛이 민감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마는 원체 중국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아 수돗물을 끓여 먹기가 영 꺼림칙한 판에 백두산 광천수라니! 여기 사시는 교민 분들은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 믿고 마실 만한 좋은 물이 생겨 많이 구매하고 있는 듯 합니다. 농심 뿐만 아니라 백두산 인근 100~200km인근에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생수 공장도 상당히 많습니다. 얼마 전에 좋은 기회가 있어 이 동네 물맛을 좀 보러 갔다 오면서 백두산 천지에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백두산 찾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았는데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 두 곳에서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스키장, 온천 등 종합 휴양지를 개발하여 개장했고 천지에서 10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항까지 건설하였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자면 한민족이 성지로 생각하는 백두산을 이런 식으로 툭툭 건드려서 우리의 역사를 자기네 역사에 수용하여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동북공정이라는 꼼수의 일부분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96년에 백두산을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비포장 도로를 다섯 시간 넘게 달려 연길에서 이도백하를 통해 장백폭포를 끼고 천지 북쪽을 올랐었는데(KBS‘1박2일’에 소개되었던 코스) 이번에는 길림성 백산시 장백 조선족 자치현에서 천지 남쪽으로 오르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백두산과 천지가 주는 감흥은 언제나 그대로이더군요. 3대가 공을 쌓아야 맑은 날 천지를 볼 수 있다는데 두 번 올라 두 번 다 천지를 보았으니 저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인가 봅니다. 해발 2천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이라 과거에는 그렇게도 어렵고 힘들게 올랐던 천지를 이번에는 차로 한 시간 반 만에 날로 먹었으니 세상 참 빠르게도 변하였습니다.

    b3.jpg

(왼쪽 상단의 구름 낀 계곡 사이로 물이 흘러 장백폭포를 이룹니다.)
 b4.jpg

산을 내려오는 길의 한 켠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어 물어보니 북한과 중국의 경계라고 합니다. 그 옆으로 시냇물처럼 흐르는 물줄기가 압록강이라 하니 압록강의 발원이 백두산 천지라는 말이 꼭 그대로 입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이에서 압록강과 북한땅을 바라보게 되니 그 마음도 아쉽기만 하고.. 강줄기를 따라 한 시간여를 달려 장백현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시냇물로 흐르던 압록강이 점점 폭을 넓혀가고 물놀이를 하는 꼬마아이들부터 더운 날씨를 참지 못해 알몸으로 몸을 씻는 군인들. 아주머니들의 빨래방망이질 소리가 가까이서 아주 또렷이 들려옵니다.
.  b5.jpg
(철책 너머는 북한땅, 천지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은 곳에서 흐르는 압록강 상류입니다.)
 

b7.jpg  
(빨래하는 북한 아주머니들. 위험하다고 해서 사진을 다 찍지는 못했는데 빨래방망이질을 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지척이다.)

장백현은 북한의 혜산시와 10m도 안 되는 폭의 압록강 상류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중국 쪽 산은 거의 건드리지 않아 나무가 울창한데 북한 쪽 산은 나무는 한 그루도 찾아 볼 수 없고 꼭대기까지 밭을 만들었더군요. 비탈에 거의 매달려 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보였는데 어려운 식량난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해서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폭우라도 오게 되면 고생스레 지은 밭농사지만 물에 다 쓸려 내려가 버릴 텐데..
현지 사람들 말이 혜산시는 평양을 제외하면 가장 돈이 많이 도는 도시라고 하는데 주된 이유가 강을 끼고 장백현 쪽 사람들과 주고받는 비공식 무역입니다. 비공식 무역이니 밀수나 마찬가지인데 믿기지 않게도 한 밤중에 장백현 쪽에서 오토바이를 뗏목에 실어 북쪽으로 끌고 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돈뭉치나 생필품을 팔매질로 넘겨주는 사람도 있고 가끔 장백 쪽으로 넘어와 몰래 먹을 것도 가져가는 군인들도 있다 하니 괜스레 겁이 나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총격전이나 일으키고 민간인들이 사는 섬에 대포나 쏘아대면서 쓸데없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북한이 정말 싫습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지기 싫은 사람들에게 온갖 치부 다 내보이면서 깡으로 악으로 버티는 저 원수 같은 형제를 어찌할까요.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강 너머에는 물놀이하는 꼬마들, 밭 메는 할아버지들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baekdu.jpg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