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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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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g Byung Ho - China Review
 정병호-한국인이 본 중국


달걀과 아두

by 한카타임즈 조회 수:2245 2012.07.16 12:21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북경의 여름은 몬트리올과 비슷한 ‘건조한 뜨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부터는 왜 이렇게 비도 자주 오고 번개가 치는지 꿉꿉한 습기가 내의를 파고듭니다. 그래서인지 제 기억 속에 여름을 지내고 싶은 도시로 각인되어 있는 몬트리올이 요즘 자주 생각납니다.
삼국지는 지금도 한국, 중국 두 나라에서 모두 사랑 받는 국민들의 필독서입니다. 삼국지의 배경인 위.촉.오 3국이 존재했던 시기는 중국역사에서 보면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거나 후세 중국사람들에게 역사의 흐름에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도 삼국지라는 책이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캐릭터와 역할이 분명한 등장인물과 그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 생각지도 못 할 갖가지 전술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로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유비, 관우, 장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지요. 여러분들도 소싯적에, 어설프게라도 일독(一讀)을 하고 나서는 마치 그 이야기 속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누가 주인공이냐, 결국 영웅은 조조 아니냐, 아니다, 네가 뭘 알아, 진짜 영웅은 제갈공명이야 하고 치기 어린 논쟁도 한번쯤 다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논쟁은 중국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다루어지고 있고 기존과는 다른 해석을 책으로 내놓기도 하는데 최근 보고 있는 ‘황제들의 중국사’ 한 꼭지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어 나라와 역사와 살아온 배경이 이리도 다른 두 나라가 삼국지에 대해 갖는 관심과 논쟁거리는 희한하게도 일치하는 것 같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구제불능 아두(阿斗)’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어리버리 바보같은 짓을 한 친구를 ‘아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아두라는 사람은 유비의 아들 유선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소설 삼국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유비의 아들은 한국이든 중국이든 아버지가 이루어 놓은 대업을 무너뜨린 바보의 대명사로 일컬어집니다. 그런데, 재임기간 17년의 유비가 41년간 왕위를 유지한 아들보다 그렇게 훌륭한 것이냐, 관우의 죽음이 슬픈 일이긴 하지만 이성을 잃고 복수를 하다 결국 대패를 당하고 울화병으로 죽음을 맞이한 유비가 훌륭한 군주라고 말할 수 있느냐, 결국 패망했지만 41년이나 왕조를 유지한 유선은 가능성이 있었던 군주였다라는 게 이 꼭지의 요지인데 책에서는 유선이 아버지 유비가 죽고도 오랫동안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큰 이유가 자기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기용하여 믿고 의지한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공식 15억, 공식 13억 인구의 중국이 지금처럼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최고 권력자 당서기와 총리의 합리적인 업무 분장으로 권력이 분산되어 있고, 분장된 임무에 대한 월권을 최대한 자제하는 현재의 정치구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이런 현대의 정치구조가 중국의 오랜 역사 경험에서 체득한 결과물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해보았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대통령의 형님께서 달걀을 맞고 검찰에 끌려 들어간 오늘, 한국의 과거 5년의 정치는,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능력있는 인재를 활용하여 믿고 맡겨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서 개인의 치적보다는 미래의 건강한 국가를 건설함이 더 중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해봐서 아는데…’, ‘제가 젊었을 때 이렇게 다 해봤는데..’ 라는 말을 반복하며 임기 내 하나라도 더 어떻게 해 X을려고 했던 정권이, 유일하게 ‘형님’에게만 권력을 나누어주어 생긴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어 우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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