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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혜-캐나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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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hn Jihae- Canada Life
 손지혜-캐나다 이야기


'여성은 사람인가?'

by  조회 수:5109


'여성은 사람인가?'
 
 
 
이 황당하다 못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 이 질문은 실제로 캐나다 법정에서 소송이 제기되었던 논제였다. 1927년, 다섯 명의 캐나다 여성들은 캐나다 대법원에 '영국령 북미법 24장에서 언급된 '사람들(Persons)'의 정의는 여성도 포함되는 것인지를 물었던 것.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캐나다 대법원은 '여성은 사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의 마지막 줄은 다음과 같다. '질문의 요지는 '여성이 캐나다 상원의원으로 임명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며,  이 소송은 기각한다. ("Undertood to mean 'Are women eligible for appointment to the Sanate of Canada,' the question is answered in the negative'.) 이것이 캐나다 법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인 'Persons' 케이스이다.
 
Famous Five
 
에밀리 머피(Emily Murphy), 넬리 매클렁(Nellie McClung), 아이린 팔비(Irene Parlby), 헨리에타 에드워즈(Henrietta Muir Edwards), 루이즈 매키니(Louise McKinney).

오타와 의사당 앞에는 여성 다섯 명의 동상이 서 있는데 이들이 바로 퍼슨스 케이스 의 주역이다. '유명한 5인 (Famous Five)', 또는 '용감한 5인 (Valiant Five)'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에 굴하지 않고 영국으로 건너가 추밀원(Privy Council)에 항소했는데 그곳에서 1929년 10월, 여성도 상원의원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낸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실은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으로 얻어졌다.
퍼슨스 케이스의 판결은 캐나다 정치권에서의 여성의 입지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 및 영국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인식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캐나다 법조계에서는 헌법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른바 'living tree doctrine' 원칙의 싹을 틔웠다. 에밀리 머피는 영국령에서 첫번째 여성 판사가 되었다. 아이린 팔비는 앨버타주 첫번째 여성 장관이 되었다. 넬리 매클렁은 앨버타주 의원이 되어 여성참정권운동가로 이름을 날렸다. 루이즈 매키니는 영국령 최초의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헨리에타 에드워즈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첫번째로 상원의원에 임명된 이는 몬트리올 출신의 클래린 윌슨으로, 이 역사적인 판결이 난 지 불과 4개월만인 1930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79년의 세월이 흘러 2009년 우리는 최초의 한인 상원의원 연아 마틴을 만나게 된다.

퍼슨스 케이스가 세상의 이목을 끌 당시 캐나다는 이미 상원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는 하원에서 여성의원을 배출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 이들도 있으나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바꾸어버린 대단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오타와 의사당 앞에 있는 동상은 조각가 바바라 패터슨의 작품이다. '여성도 사람임'을 인정받은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1999년 10월 18일에 처음 캘거리 올림픽광장에 선을 보였으며, 연방 의사당에 있는 동상은 2000년 10월 18일에 공개되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 날의 교훈을 기리기 위해 $50짜리 지폐 뒷면에 이들 동상의 모습을 새겨 넣었는데 왼쪽 아래에는 1929년 10월 18일 발간된 신문 헤드라인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여성은 사람이다."
(Women are Persons, Les femmes sont des personnes.)"

 
이제 일 년간 진행해 온 연재를 마치려 합니다. 나름대로 정확한 자료를 찾아서 옮기느라 노력하였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