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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생-영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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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Jung Saeng - Movie
 이정생-영화마당



몬트리올 대학교에 있는 한 극장에서 보게 된 이 영화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이유로 보게 되었는데, 만약 이번 판타지아 영화제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되 었을까(어디서 정보를 얻어 볼 수 있었을까란 말)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못해 온 몸이 다 휘청거릴 정도다.  그만큼 이 영화는 최근에 내가 봤던 그 어느 영화보다 내게 깊은 긴장감을 줬고, 그와 더 불어 오래도록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건 물론, 이 영화가 너무 맘에 들어 아주 많이 몰입 하며 감상했다는 이야기고, 그래서 자주 생각이 난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Bleak Night”인데 해석하자면 “어둡고 적막한 밤” 쯤 되려나?  이렇게 제 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어둡고도 쓸쓸한 배경, 장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관객들 에게 어두운 심연의 비밀을 캐내라는 미션을 던진 영화 같단 느낌이 강했다.  물론 미션을 주지 않았더라도 관객들은 스스로들 다 알아서 비밀을 캐내려고 했을 거란 느낌이 무척 우세하기도 하 지만.


그렇다면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인 “파수꾼”은 왜, 어떻게 지어진 걸까?  아마도 내 생각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 명 중 두 명이 가버린 친구 한 명에게 해 주고 싶었던 역할을 의미 하는 게 아닐까 싶다는 거.  그러니까 친구가 원했던 것, 그의 본심을 제대로 짚어내 그를 지켜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희구하는 그들의 염원을 상징화한 제목이라고 추측해 보는 것 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제 겨우(?) 29세 젊디 젊은 윤성현 신인감독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영화 감상을 모두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서였는데, 이 작품은 2010년 부산국제 영화제 “뉴커런츠” 부 문 수상작인데다 여러 감독과 평론가로부터 극찬까지 듬뿍 받았었고,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었고, 홍콩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기도 한 이미 세계적으로도 어 느 정도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그 밖에도 참으로 놀라운 사실 하나는 이 영화는 감독이 첫 연출한 장편영화이며, 그는 한국 영화 아카데미 출신으로 이 영화를 아카데미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3기)을 통해 제작했고, 겨우 5천 만원의 예산으로 졸업작품을 만든 게 바로 이렇게 화제와 찬사를 불러모았다는 것이 되겠다.  젊 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편집까지 한 작품이 이렇듯 깊이 있는 영화로 탄생했다는 건 분명 한국영화의 미래가 엄청 밝다는 전조이니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 확실하고 말이다.


영화에 관한 내용을 살짝 언급하기 전, 우선 한 마디 덧붙일 것은 이 영화에는 여자라곤 겨우 서, 너 명 출연하는 게 고작이고 주로는 남자들이 출연하여 남자를 위한, 남자의, 남자에 의한 이야기 가 주를 이루는 지라 도입부분에선 다소 밋밋하고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것 도 남자라고 이름 붙이기엔 아직 뭔가 부족한 고딩이들이 나와 한 때, 아니 여전히 흔하고도 뚜렷 하게 대책 없는 학원 폭력을 보여줘서 이 영화 역시 그렇고 그런 영화가 아닐까라는 지레짐작을 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것보다 훨씬 묵직한 그 무엇이라는 거, 즉 단 순히 어린 고등학생들 간의 우정이나 갈등, 치기 어린 Show off만이 아닌, 그런 것들을 통해 인 간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섬세하게 관찰하는, 성장영화 그 이상의 뚜렷한 주제의식이 확 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건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 내면에 깃들어있는 선과 악, 그 양면성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고, 또 어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추스르기조차 힘겨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듯싶은 그 무엇.  그건 바로 우리 인간 모두가 결함적 존재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실제로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건 서로 이해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다는, 그것이라는 걸 감지하게 된 것 이다.


영화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남학생이 각각 스토리마다 주인공처럼 등장하는데 그 중 한 명이 죽었다는 게 암시되면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자식이 죽게 된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미스 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 아버지를 쫓으며 관객들은 그 아이를 죽게 한 가해자를 함께 찾아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 반전과 의외의 사실들을 발견하면서 이 영화의 미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 리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건 각자의 취향에 맡길 수 밖에 없으리라! 


다만 젊은 감독이 처음으로 완성한 장편영화치고는 그 구성이나 편집 방식이 무척이나 세련되어 서 많은 이들이 아마도 나처럼 생생한 긴장감의 터널을 빠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예측 이 있다는 거!  그것도 아주 진하게! 말이다.  또 한 명의 훌륭한 영화감독을, 한국 영화의 미래를 밝힐 보석 같은 존재를 알게 된 기쁨 또한 아주 찐하다는 것을 덧붙이며, 인간의 깊은 내면에 대 한 성찰이 절실하신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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