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정생-영화마당

본문시작

KUKI Home Inspection and Photo

  Lee Jung Saeng - Movie
 이정생-영화마당



전라도와 경상도 간의 깊고도 깊은 골을 살짝 (“확실하게”는 언감생심이구ㅠ.ㅠ) 터치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많은 용기와 대담함을 전제로 한다는 추측 하에. 이런 영화가 탄생했다
는 건 일종의 반란(?)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만큼 소소한 재미를 가미하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인 듯 보이긴 했다는 그 점만큼은 꽤 괜찮은 시도였다!에 일단 한 표를 던진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누군가 다소 심오하게 물고늘어진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이 영화는 그냥 어눌한 사투리 연기를 구사하는 새로운 페이스의 연기자들의 신선
함에 주목할 일이지 그 이상, 이를테면 영화 속에서 어떤 사회적 이슈(소재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나 주제 의식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기 때문에 말이다.


그 동안 많은 애정을 가지고 대했던 한국영화에 대해 오늘 내가 많이 까칠하게 썰을 풀어대는
이유는 우선, 요즘 영화에 대한 내 자신의 시각이 다소 변질되고 있다는 자각이 농후한 것과
도 관계가 있겠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듯이 꽤 괜찮게 생각했었던 신인배우
송새벽의 연기에도 왠지 한계(늘 그게 그것 같다는)가 느껴졌고,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좋은
역할에 흠집을 냈다 여겨지는(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의 송재호씨 아내 역은 참 많이
감동과 슬픔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울컥한 배역이었음에도 그걸 살리지 못했기에) 김수미씨의
그 자연스럽지 못하고 다소 억지스러운 얼굴을 굳이 또 봐야 한다는 것에도 다소 짜증이 밀려
들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의 효용으로 봤을 때도 이 영화는 완전 재미를 추구한 것도 아닌
것이 어째 주인공들의 사투리가 그토록 어정쩡할 수 있는지, 영화를 찍고 모니터링도 안 해
보는지 그게 좀 어이가 없기도 했고, 도대체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만화가라는 게 왜 그토록
이나 희화화 되었어야 했는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그가 잘 나가는 만화가가 되기 위
해선 꼭 그렇게 자신의 소지품 속에 여성의 의류나 장신구들을 넣어가지고 다녔어야 하는지
그 설정도 참으로 촌스럽고 억지스럽다 여겨졌던 것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 꼽자면 어쩌자고 여자 주인공의 오라비는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도 아
니요, 그렇다고 크로스 섹슈얼, 메트로 섹슈얼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와 행동으로 마구
보는 이들을 짜증하게 만드는 걸까? 란 독백이 있었다는 거! 그저 재미적 요소라고 보기엔 뭔
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허걱!거림이 넘쳐나 그가 나오는 장면은 주로 외면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고백이다.


이 모든 걸 통틀어 한 마디로 베어 갈기자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극치가 넘치고도 넘쳐 그
나마 위안이 되었던 신인 여배우 이시영과 노련미의 대가인 백윤식, 그리고 김응수와 같은 훌
륭한 연기자들의 노력까지도 갉아 먹는 다분한 요인이 되었다 말할 수 있겠다! 란 것이다. 그
러니 영화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자 감독이 마술을 부리는 예술 장르가 맞다 는 걸 또 재확인
하면서 괜히 감독이 원망스러워졌다는 걸 또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 풀풀 일어났던 개인적 호기심으로 인해 도대체 이 영화에 얼
마나 많은 관객들의 관심이 쏟아졌었나를 확인해 보니 이쿵!~ 240만을 넘었단다! 이 결과는
아마도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 즉 “한국판 로미오와 쥴리엣”이 알콩달콩 사랑을 나눈다는
로맨틱한 요소에 흥미를 가졌을, 또 제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내지 위에서 밝힌 대로 그 동안
누구도 건들지 않았던 터부(?)를 과감히 손댔다는 희소성에 무한한 호기심을 지녔을, 그리고
무엇보다 뭐가 어찌 됐든 전라도하면 치를 떠는 일부 경상도인 혹은 그 반대의 사람들이 앞장
서 만들어낸 수치가 아닐까 싶다.


이건 전적으로 나의 사적인 견해일 뿐이고, 또 요즘 내 몸의 콘디션이 최악이라 그것에 영향을
받은 바 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오늘 내가 바라본 시점에서는 최근 들어 감상했던 “최악의
한국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라는 건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허탈한 웃음 중에도 과거의 추
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80년대 말의 미장센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정당
당하게 드러내는 다홍이 엄마의 결단만큼은 맘에 들었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20110705_112924_3fb5ed13afe8714a7e5d13ee506003d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