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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생-영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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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Jung Saeng - Movie
 이정생-영화마당



최근 내가 봤던 영화 몇 편에 대한 감상  
 
요즘은 날씨가 들쑥날쑥, 한 마디로 봄 같았다, 여전히 봄은 먼 것 같았다 하면서 사람 속을 뒤흔드는 바람에 정신이 쏙 나가버려 제대로 영화 감상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걸까?  아니, 그럴 리는 절대 없는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은 콜린 퍼스의 멋진 연기가 돋보인다는 영화 “킹즈 스피치”를 봐도 그 정도 연기와 영화는 수두룩한데 왜들 그렇게 호들갑이람! 뭐 이러면서 그냥 시큰둥하게 느꼈을 정도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 영화는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일컬어지는 “영국 왕실의 결혼”에 앞선 마케팅의 덕을 본 게 확실하다 못해 그 덕에 콜린 퍼스까지 주가가 마구 치솟아 결국 각종 시상식에서 주연 남우상을 휩쓴 게 아닐까란 느낌이 우세하다.  이른바 아주 때를 잘 타서 영화가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실존인물 아론 랠스톤 그리고 평단의 호평을 휩쓸었던 영화 “127시간”도 워낙 비행기 안에서 졸다 깨다 하면서 봐서 그런지 내겐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인데, 감상했을 때 당시보다는 차라리 지금에 와서 그 장면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실제 주인공의 심정에 날 감정이입 하다 보면 그제서야 느낌이 조금씩 안으로 스며들면서 오싹해지기도 하고, 대단한 인물에 대한 영화였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물통 하나 달랑 가지고 낮과 밤이 바뀌는 걸 몸은 꼼짝도 못한 채 5일을 넘게 지내다 보면 두려움과 외로움이 엄습하는 건 물론 이 세상에 홀로 남아 아무에게서도 도움을 받을 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처지가 비관돼 급기야는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가 되겠지~ 라는 절박함이 내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꼼짝을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단 몇 시간도 어려울 텐데, 며칠씩이나! 하면서 그렇게 될 바엔 차라리 내 목숨을 거둬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비슷한 처지에 놓였었던 붕괴된 건물, 광산 속에서 사투를 벌였던 인물들까지 다 생생하게 떠올려지면서 급기야는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내가 그 처지에 안 놓이게 된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고, 혹시 내가 그런 처지가 된다면 난 어떻게 대응을 할까, 혹은 어떤 결론을 내려야 가장 잘 한 결정일까 뭐 이런 쓰잘데 없는 공상까지도 하게 되면서 자신의 팔을 잘라내고 나온 주인공의 의지력과 결단력에 조용히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또 내가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여인들의 인권에 관한 영화인 “메이드 인 다게냄”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 역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한 여성과 그 여성이 겪어내어야 할 또 다른 장애, 즉 집안의 가장이라 칭해지는 남편을 설득하고 그의 호의 혹은 호응을 얻어내는 문제에 맞서는 모습들이 그렇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진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건 어쩜 영화라는 메커니즘이 보여주는 장면들이 늘 그게 그거이니 식상해져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주인공 역을 맡은 여배우나 그 밖의 인물들이 워낙 낯설고 투박하게 들리는 영국식 영어 발음이 귀에 거슬리기도 했고, 요즘의 날씨처럼 잿빛 우울한 내용이 내 맘을 강렬하게 파고들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럴 땐 그냥 가볍게 보면서 내 안의 즐거운 감성을 끄집어낼 영화, 즉 경쾌 발랄한 로맨틱 코메디가 가장 제격이지 싶은 것이다.
그래서 빌려본 영화가 바로 “섹스 앤 시티 2”인데, 이 영화는 아주 위험하게 여겨질 정도로 아랍 문화에 대한 인종차별적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고, 역시 그렇고 그런 구태의연함을 벗어 던지지 못한 채 눈만 즐겁게 해주는 삼류 어설픈 코메디로 추락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긴 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의 전부가 다 싫었던 건 아니었는데, 예를 들어서 주인공 캐리가 남편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그걸 해결해나가는 문제 같은 건 실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부부들에게 하나의 팁이 될 수도 있겠고, 그들의 결혼 생활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나 주관도 뜻을 같이 하는 부부들에게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늘 그런 이미지로 나오는 사만다의 솔직한 성 의식과 성생활, 그리고 나이를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노력 역시 현실에서 비슷한 또래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니 충분히 공감할만 했고, 때론 그렇게 툭 터놓고 어떤 사실을 직시하는 태도가 우리들에게 필요한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들면서 자극이 되었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는 거!
 
이상으로 요즘 내가 조금 떨떠름하게 감상했던 영화 몇 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사실 이런 내 느낌이 한시적일 수도 있다는, 다시 말해 언젠가 때가 맞으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이 영화들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전제를 남기며 아울러 내 글을 끝마칠까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참으로 중요한데, 좋은 영화가 내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바로 그때 내게 다가와 아쉽게 폄하되는 건 절대 원하지 않기에 말이다.  실은 그러길 원하는 마음이 더 강한 게 사실이라는 거.  모든 영화는 그걸 만든 이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많은 작업의 결과물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