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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le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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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ple
 연작소설


#5 검은 마리아

한카타임즈 by  조회 수:264 2015.09.09 10:26




수도회 소속 수사.. 사모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환속.. 콰트로 갓츠의 이그제큐티브 쉐프.. 아픈 아들과 함께 거주.. 학생들의 관심이 다소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지만 Q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학생들 사이에 하나의 전설로 태어나고 있었다. Q의 레스토랑도 컬리지의 파트너업체였지만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연수신청을 해오는 바람에 그 선별이 매우 곤혹스러운 작업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베스라와 딤프나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느끼고 있었다. Q교수의 레스토랑에 연수가 확정된 후 자매는 뛸듯이 기뻐했다. 두 자매는 연수기간 중 숙소를 아예 레스토랑 근처로 옮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언니 베스라는 노교수를 흠모한 나머지 집안청소를 하겠다는 이유로 교수를 졸라 1주일에 한번 교수집을 공식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었고 동생 딤프나는 언니를 따라 나선 자리에서 2층 로프트방의 매튜를 만났다. 매튜는 키 6피트 5인치에 225파운드의 거구였지만 천진난만한 소년의 얼굴이었다. 오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생활은 그에게 때묻지 않은 순수를 선물했다. 물론 실제 나이는 자매보다 많다. 하지만 딤프나는 이 연상의 몽상가에게 이내 깊이 끌렸다. 베스라와 딤프나가 교수의 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청소는 뒷전이고 매튜와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Q는 자매의 잦은 방문이 부담스러운 한편으로 아들 매튜의 얼굴이 갈수록 밝고 활기차게 변하는 모습에 안도했다. 매튜가 자매를 따라 집을 나서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매튜의 동선도 함께 넓어 졌다.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카페, 바, 레스토랑.. 어느날 매튜가 아빠에게 용돈을 조금 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 왔을 때 Q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마침내 아들이 사회로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Q는 베스라와 딤프나에게 깊이 깊이 감사했다. 그들 쌍둥이 자매는 그가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정확하게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했다. 딤프나가 매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도 안다. 매튜도 그런 딤프나가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자매의 노력과 마음씀씀이는 그보다 훨씬 각별한 데가 있었다. 그는 수업시간에 쉐프란 힘든 직업이지만 여러분의 젊은 열정을 쏟아 부을 수만 있다면 한편으로 굉장히 보람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고 말하곤 했었다. 자매는 최대한의 열정으로 매튜를 보살폈고 치유의 초석을 닦았다. 가족과 의사들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카날에서의 명상과 Q의 기도가 늘었다.

 

“아빠, 어제 다니엘 수사님을 만났어요.. 몇 년만에 총고해도 했어요.. 검은 성모상을 알현한 날 밤에는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꿈속에 성모님이 나타나 예수님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거에요.. 분명 꿈이었는데 현실처럼 마냥 생생했어요..”

 

“아빠, 엄마를 만났어요.. 성모님 옆에서 환하게 웃고 계셨어요.. 아빠, 이곳에 꼭 한번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모두 아빠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영성에 대해 미국의 교육사상가 파커 파머(Parker J. Palmer)는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 영성이란 자신의 자아보다 더 큰 무엇과 연결되고자 하는 끝없는 염원이다(Spirituality is the eternal human yearning to be connected with something larger than one's own ego)."

 

루가는 잠시 눈을 감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사도 바오로와의 만남, 그 만남은 바오로의 육체적 질병과 고통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그것이었지만 그는 어느덧 환자의 제자되기를 서원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의사로서 바오로의 가장 가까운 곁을 지켰던 그는 사도 바오로의 모든 전도와 기도의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인내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