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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le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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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ple
 연작소설


#4 검은 마리아

한카타임즈 by  조회 수:222 2015.09.02 09:32




아들 매튜에게 친구가 생겼다. 베스라와 딤프나다. 이 귀여운 쌍둥이 자매는 Q의 제자들이다. 재정적 이유로 Q가 L컬리지에 한 학기 강의를 나갔을 때 만난 수강생들이다. Q의 강의는 시작 후 3주가 지나기 전 이미 컬리지 내 최고의 인기강좌로 자리잡았었다. 개구일성(開口一聲), 수업을 시작하는 교수의 한 마디가 천둥처럼 학생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요리에 관한 강의였지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마치 두터운 인생 지침서를 각자 한 권씩 독파한 마냥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Q의 요리강좌는 신학, 철학, 역사를 아우르는 미학강좌의 종합 편과도 같았다. 요리는 컬러, 요리는 예술, 그리이스 로마의 요리, 르네상스 요리, 수도자의 아침식사.. 매 강의제목도 이런 식으로 난데 없었다. 학기가 종강할 즈음 학생들은 온통 Q의 수업이야기뿐이었다. 은발이 어깨를 덮는 Q의 헤어스타일에서부터 왼쪽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웃는 모습이나 뒷짐을 지고 강단 좌우를 왔다갔다 하는 걸음걸이까지 어느덧 학생들은 Q의 모든 행동을 흉내 내고 있었다. 비난이나 조롱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Q를 좋아한 나머지 어느덧 그를 닮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수업은 때로 양동이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붓듯 풍요롭기도 했고 또 때로 산사의 풍경소리 마냥 한가롭기도 했다. 열정과 관조를 오가는 끝간데 모를 지식의 향연에 학생들은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수업에 대한 무한한 자부를 느꼈다. 모두들 쉐프지망생들이다. Q는 요리를 기능이 아닌 신과 인간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라고 가르쳤고 학생들은 공감했다. 
쉐프(chef)는 요식업계 대표 직종의 하나다. 레스토랑의 주방을 책임지며 조리사들을 지휘한다. 원어는 프랑스어 ‘chef de cuisine’이지만 대개 쉐프로 약칭된다. 2013년 캐나다 잡뱅크가 쉐프의 시간당 페이를 15.50 ~ 29.72불로 발표한 걸 보면 고임금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여전히 인기직업인 것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사실 쉐프는 힘든 직업이다. 우선 하루 8~12시간을 서서 지내야 한다. 거기에 이그제큐티브 쉐프에게는 수쉐프(sous-chef)와 생선, 그릴, 야채 등 분야별 조리사들을 지휘 관리할 책임이 주어진다. Q가 일하는 작은 레스토랑도 주말엔 8명 조리사가 풀로 근무한다. 쉐프를 양성하는 컬리지의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해서 6개월 단기과정에서부터 1년 프로그램, 2년, 3년 프로그램 및 견습생(apprenticeship) 프로그램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학생의 시간과 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중 견습생 프로그램은 주정부 지원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로 주 2일 정도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고용주와 함께 일하는 방식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면 직업훈련, 칼리지, 대학과정을 통해 적절한 고용주를 찾은 후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교육과정과 필요한 시간을 모두 채운 후에는 레드실(Red Seal) 자격증 시험을 치러 실력을 검증 받게 되며 컬리지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졸업 전 연수에 참여해야 했다. 
학생들이 연수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컬리지는 많은 업체와 연수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컬리지의 파트너 업체는 지역의 작은 레스토랑에서부터 다운타운의 고급 호텔에 이르기까지 그 수만도 100여 곳이 넘었다. 연수기간 중 학생들은 콜드 키친, 핫(hot)라인, 디저트 등 매주 다른 스테이션으로 옮겨 실전에 임해야 했고 학생들의 취업 여부는 대개 연수 중 결정되기 마련이었다. 컬리지는 취업률 00%라고 광고했지만 실제가 그러한지 알 수 없어 학생들에게는 막연한 불안감이 상존하곤 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도 그를 놓아 주지 않았다. 많은 수강생들이 그를 졸라 학교 앞 카페나 앳워터 마켓 때로는 라신 카날까지 그를 따라 다녔다. 학생들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속시원한 대답은 듣기 어려웠다. 다만 단편적으로 알게된 그에 관한 정보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키울 뿐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