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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작소설


#2 검은 마리아

한카타임즈 by  조회 수:419 2015.09.02 09:30




몬세라트의 검은 마리아, 검은 성모상. Q의 언약의 장소다. Q와 아내는 성모상 앞에 수사복을 봉헌하고 평생 신실한 사랑을 맹서하며 성모께 용서를 빌었다. 수도자의 환속을 성모상 앞에서 언약한 것이다. 수도사제라 하더라도 사제의 환속은 간단치 않다. 사제의 서품은 기름부음의 행위이므로 이 서품은 영원한 것이 되어 어떤 경우에도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교황청에 승인을 요청할 수 있지만 교황청의 승인행위도 다만 성무집행정지 처분이 될 뿐 엄밀한 의미에서 환속의 승인에 까지 이르지 않는다. 따라서 독신서약을 한 부제품 이상의 사제가 환속하여 결혼할 경우 미사, 고해성사 등 사제직을 수행할 수 없음은 물론 교회에서는 그 혼인을 인정하지 않고 혼배성사나 관면혼배를 받을 수 없으며 영성체도 허락되지 아니한다. Q는 지난 2년간 환속과 독신서약의 면제를 교황청에 줄곧 청원하여 겨우 허락받은 직후였다. 또한 Q는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 수사였으므로 수도회 장상의 허가를 받아 수사직과 독신서약의 면제를 받은 상태였다. 수도회에 입회 후 수도사제로 수련 중이던 그의 모든 행동은 수도회 장상의 권한 아래 있다. 수도회 장상은 교회의 일반법과 수도회의 규정 내에서 수도회원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Q는 교황청의 승인 이전에 이미 장상의 허가를 받아 수사직과 사제직을 면받았던 것이다. 베네딕트회는 교황청에서 인가한 수도회이지만 공식적인 교구에 속하지 아니한다. 베네딕트회와 더불어 4대 수도회이며 현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예수회를 창시한 이냐시오 로욜라가 칼을 봉헌하고 성모의 기사가 되기로 언약한 곳도 몬세라트의 검은 성모상 앞이었다. 400여년의 시차를 넘어 성심 깊은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언약을 한 셈이다. 
사제는 그리스어로 프레스비테로스, 라틴어로 사체르도스(Sacerdos), 영어로 프리스트(Priest)라고 한다. 원래는 장로의 의미이다. 사제는 성품 성사를 통하여 사제의 품위를 받으며 주교로부터 파견 받아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미사 성제를 거행하고 주교의 협력자로서 복음 전파를 위해 일생 동안 봉사한다. 일반 신자는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으나 사제는 교회의 부름을 받아 주교의 안수로 서품을 받게 된다. 사제직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유지, 회복시키고 인간의 축복과 번영을 빌어 주며 용서와 자비를 기원하는 일을 맡아 행한다. 미사집전과 고해성사도 중요한 직분이다. 사제의 직분은 일정한 절차와 의식을 통하여 서품받음으로써만 수행할 수 있으며 사제직은 그리스도께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위임한 것이기에 주교와 사제들을 통하여 계승된다. 정식 사제는 제7품을 합당하게 받아야만 하지만 제6품 부제 이상은 독신서약이 필요하고 Q는 부제품을 받은 수도사제였던 것이다. 
아내를 처음 만나던 날을 기억한다. 고해성사를 위해 수도원을 찾은 아내는 미사가 끝나고도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아내는 엘살바도르 출신이었다. 평생을 가난과 고통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투쟁하는 학자의 삶을 살다가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부모의 장례를 마치고 삶의 의미를 잃은 아내는 방황하고 있었다. 같은 지역 출신의 다니엘 수사가 당시 아내의 유일한 위로였다. 다니엘과 Q는 수도원내 가장 가까운 동문사제지간이지만 해방신학의 의미를 두고 교리적 논쟁을 벌이곤 했다. 
해방신학은 1968년 콜롬비아의 보고타와 메데인에서 개최된 제2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총회에서 기인한다. 훗날 메데인 문헌으로 불리게 되는 이 총회의 후속 문헌은 현실 세상과 인간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을 촉구하면서 남미의 상황을 제도화된 폭력과 구조적 불의로 규정했다. 신학은 모름지기 세상의 모든 억압과 수탈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해방신학의 탄생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