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Maple 연작소설

본문시작

KUKI Home Inspection and Photo

  Maple
 연작소설


#3 미스터 스피로스

한카타임즈 by  조회 수:245 2015.07.15 10:44



빈첸초도 손을 든다. 집행이사회의 우선적 책무는 주어진 협회 업무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지 이제 막 임기를 마친 전임회장단의 과오를 추궁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한다. 로스쿨 졸업생인 요르고스는 제소가 쉬운 듯 보여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전임 회장의 입장도 없지 않을텐데 무엇보다 양측의 소송전이 확대될 경우 신구 회장단간의 알력이나 불협화음으로 회원들에 비칠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부회장 클라우디오도 소송은 그 자체로 모양이 좋지 않고 소송가액이 적지 않으므로 변호사 선임과 수임료만도 몇 십만 불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자고 의견을 낸다. 그러나 미스터 스피로스는 이 엄청난 사건을 우리가 묵과할 경우 자라나는 2세와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지부동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최소한 감사보고와 소명을 위한 임시총회라도 소집하자는 다수 이사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클라우디오가 몇 번이나 그를 향해 눈짓을 보내 왔지만 스피로스는 그도 모른 척 무시했다. 어떻든 자신이 최종 책임을 질 것이고 이는 협회 내 오랜 비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터 반대하는 이사들의 생각도 충분히 일리 있는 고려할만한 의견이지만 일단은 고된 결정을 내리기로 한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의사결정권자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생각의 사다리를 한 칸 오르게 된 것이다. 

다른 날의 이사회장이다. 이번에는 협회의 예산 편성과 계좌개설은행의 변경이 의제다. 예산의 상당 부분은 다름 아닌 직원 월급이다. 회장은 구 회장단과의 친분으로 채용된 인원을 해고하고 만연히 올라 있던 월급도 깍기로 결정한다. 이사들이 이 건은 직원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새로 선임된 전무의 보고를 기다려 천천히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지만 채용비리를 척결하고 선심성 봉급인상을 억제하자는 것인데 시간을 기다릴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회장의 채근을 거스르기는 어려웠다. 차제에 회장 판공비도 50% 줄여 25만불로 낮추고 남은 25만불은 보다 전향적인 협회 사업에 충당하자는 회장이다. 계좌개설은행은 협회에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B은행으로 변경하여 세이빙 어카운트의 이율을 극대화하자고 한다. 사인권자도 기존의 10만불 이하 전무 전결에서 전액 회장의 사인을 명문화하였다. 크게 무리할 것 없는 제안이지만 이사들은 마음이 조금씩 답답해져 온다. 회장의 성실한 인품과 협회에 대한 애착을 충분히 이해하는 그들이지만 회의가 상명하달의 일방통행으로 흐르는 느낌 때문에 불편한 까닭이다. 

회장은 업무욕심이 많았다. 기획이사에게 새로 레스토랑 개업을 준비하는 예비 회원을 위한 안내서와 로드맵 제작을 지시한다. 부지선정, 임대조건, 기존 회원과의 이해상충 조정에서부터 레스토랑 자재와 시설, 식재료 구입과 POS 시스템 등 레스토랑 운영의 모든 면을 총괄하는 매우 디테일한 안내서라야 한다는 단서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 책자 한 권이면 퀘벡에서의 레스토랑 개업은 전혀 염려할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당부를 한다. 재무이사는 전무의 겸임으로 발령하고 향후의 모든 협회경비 입출을 하나도 빠짐없이 회장에 보고하도록 지시한다. 이어 부회장을 정관개정위원장으로 선임하여 이미 7•8년 지난 구정관을 시의에 부합하도록 검토를 진행하게 한다. 섭외이사와는 별도로 팀을 꾸려 대형 납품업체와 새로운 딜을 성사시켜 나간다. 전무 야니스가 치밀하게 작성한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조목조목 기존 조건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그 개선을 요구하는 터라 납품업체도 크게 할 말이 없다. 논리적인 조건 개선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협회의 수익이 더욱 향상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