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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이혼’

by 관리자 조회 수:2692 2011.09.19 16:01


캐나다에 살다보면 추석이 추석같지 않고 한국에 두고온 부모형제도 그립다. 그런데 이럴 때 인터넷으로 한국소식을 뒤적이다 명절에 관한 뉴스를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설이나 추석 뒤엔 이혼신청이 급증한단다. 이른바 ‘명절 이혼’이다. 가족이 모처럼 모여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정파괴범으로 지목되는 것이다. 10년쯤 전만 해도 한국에서 이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점차 이혼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해 이혼의사 확인 후 미성년 자녀가 있을 시 3개월, 그렇지 않으면 1개월의 기간을 두는 이혼숙려제를 도입한 2008년에 약간 감소했다가 다시 늘고 있다. 이혼 전문잡지까지 나왔다. 그러면 왜 이혼은 이렇게 늘고 있는 것일까?


동거기간이 4년 이하인 부부의 이혼율이 제일 높다. 요즘엔 점차 20년 이상 된 부부들이 헤어지는 비율도 늘어났는데 그 경우는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혼하는 사례들이 많으니 논외로 하고 젊은 부부의 이혼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떤 이는 ‘요즘 여자들은 참을성이 없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다시 말하면 그 동안 참고 살았던 여성들이 점차 반기를 들고 있다는 말이다. 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성이 점차 많아져서, 또는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져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올 것이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가설을 더한다. 386 이전의 세대와 이후의 세대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80년대만 해도 집안이 어려우면 아들만 대학에 보내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누가 성적이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많은 딸들이 상고에 다니거나 일찌감치 공장으로 들어갔다. 대학진학률이 아직 30%대였던 시절의 이야기다. 설령 여자가 대학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현대그룹이 처음 대졸 여직원을 뽑겠다고 발표한 것이 1992년의 일이다.
그러면 386세대 이후의 상황을 어땠을까? 처음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고 했던 정부구호가 얼마 안 있어 ‘하나도 많다’로 바뀌었다. 딸들도 보편적으로 귀하게 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불어 태아감별 낙태가 늘어났지만 일단 태어난 다음엔 그렇단 말이다.)


다시 명절이야기로 돌아가서, 예를 들어 무남독녀 외동딸인 새댁이 시댁에 차례를 지내러 갔다고 하자. 추석에 찾아올 아들 며느리가 없는 친정어머니 생각에 며느리는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나도 집에선 귀한 딸이니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맞벌이부부라면 더 피곤할 것이다. 아마도 지금 40대 이상의 세대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일년에 고작 며칠 음식준비 좀 하는 게 그렇게 힘이 들어 볼멘 소리를 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명절만 되면 이런 갈등이 되풀이 되는 건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차별과 소외감 때문이다. 비록 가설이지만 ‘귀한 딸 이론’이 적어도 ‘이혼녀, 재벌2세 총각 만나는 드라마 영향설’보다는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http://www.it.co.kr/news/mediaitNewsView.php?&nSeq=1876534&nBoardSeq=61&aut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