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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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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Column
 편집자 칼럼


학생인권조례

by 한카타임즈 조회 수:2245 2012.01.26 11:03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감옥에서 풀려난 지 일주일만에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었다. 학생인권조례란 학생들의 체벌 전면 금지와 교내 집회 허용, 개성 표현의 자유 등 인권적인 요소에 대한 조항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발표되자마자 떠들썩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조례 공포를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할 방심을 세우는가 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조례 무효화를 위한 헌법소원을 추진 중이다. 기독교계 언론에서는 이번 발표된 조례가 성 문란을 주도하고 ‘동성애를 합법화’ 내지는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곽 교육감 공판을 담당했던 판사의 집 앞에는 일부 학부모들이 진을 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 사회에서 본다면 참 놀라운 일이다.


동성애로 말하면 동성결혼도 합법화된 캐나다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성소수자가 전염병 환자도아닌데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부터가 넌센스일뿐더러 그렇게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자연적인 성향 때문에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이다. 미혼모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린 학생에게 애 낳으라고 장려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청소년을 사회가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자는 의미일 뿐이다. 영어로 흔히 표현하는 ‘second chance’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서울의 학생인권조례 항목들은 이곳에서는 오히려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들이다. 캐나다에서는 더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이룬 변화를 한국사회에서 단기간에 이루려는 과정에서 온 충돌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요 몇 달 사이에 신문 만드느라 한국 뉴스를 더 열심히 찾아봐서 그런지 내겐 약간의 예지력이 생겼다. 곽 교육감의 공판일이 다가오자 한국의 보수 언론들에서는 일제히 학교 폭력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최근 왕따로 인한 자살 사건이 생기면서 청소년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조중동에서 주장한 내용은 교사의 권위가 떨어져서 학생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체벌을 못 해서 학생들 폭력이 심화될 거면 캐나다에서 교사할 사람은 남아나질 않겠다. 조중동의 학생 폭력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곽 교육감이 곧 석방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발 여론을 미리 만들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젠 사법부의 판결을 어떻게 일개 신문사가 미리 알 수 있을까 하는 따위의 의문은 생기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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