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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Column
 편집자 칼럼


119와 911

by 한카타임즈 조회 수:2555 2012.01.05 18:03


“나 도지사 김문순데 이름이 누구요?”


2011년 대한민국 마지막 코미디는 어떤 연예인도 아닌 경기도 김문수 도지사가 장식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떠도는 무수한 패러디와 풍자만화보다도 원래 통화내용이 더 기막히다.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봤더니 소방관이 무슨 일로 전화하셨느냐고 아무리 물어도 ‘나 도지사 김문수’라는 말만 무한반복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소방관 두 명은 각각 가평과 포천으로 발령이 났다. 전화응대수칙을 어겼다는 설명이지만, 아니 언제부터 119 긴급전화는 자기소개부터 해야하는 전화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두 번째 받은 소방관은 바로 자기 이름을 댔으니 그것도 말이 안 된다. 두 사람 모두 장난전화로 판단했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하게 응대하지는 않았다. 전화한 사람이 진짜 도지사였던 걸 몰라뵈었을 뿐이다.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그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퍼진 연유에 있다. 경기도청에서 관내 소방관들에게 도지사 목소리를 숙지하라고 이 통화내용이 담긴 파일을 첨부해서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소방관이 전화 한 통화에 좌천 당한 사연까지 전국에 공개되어버렸다. 처음에는 트위터로 ‘소방시스템에 위치도 나온답니다. 근무자들 기본이 안 되있는 거죠’라며 버티던 김문수 도지사는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좌천인사를 철회하고 소방서에 찾아가 그 소방관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아주 어색한 사진을 남기고 마무리 지었다. 아니, 그렇게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굳이 첨언하자면 도지사가 전화를 건 위치는 노인 요양원이었다. 도청 도지사 사무실이 아니라.)


그런데 이제는 갑자기 경기도 민원전화를 119전화를 합하겠다는 발표가 났다. 이른바 ‘119통합민원안내 서비스’라는 것으로 ‘재난, 가스고장, 환경오염, 청소년폭력, 자살 등 11종의 민원 신고에 구제역, 다문화가정, 무한돌봄, 일자리, 탈북자 상담, 부동산, 여권발급, 위생, 도로교통, 미아, 어린이, 전기고장, 청소년 유해, 놀이터 등 새로 14종의 민원전화를 합쳐 25종의 민원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소방관이 우선 전화를 받아 화재신고가 아닌 다른 내용은 담당자에게 연결을 해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김문수 도지사는 ‘미국에서는 신문이 안 와도 911에 전화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형국으로 봐서는 이삼일 안에 없던 일로 돌릴 것 같지만 이 칼럼을 쓰고 있는 1월 5일 오전 현재 (한국 시각) 상황이 그렇다. 


민원전화를 통합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긴급전화와 시시콜콜한 민원전화를 합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왜 소방관이 그 전화를 다 받아야 하나? 미국의 어느 지역의 911전화가 신문배달까지 챙기는지 모르겠지만 몬트리올의 911의 역할은 긴급전화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전화를 소방관이나 경찰이 받는 게 아니라 911 센터에서 전담상담원이 받는다. 센터 위치는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라 주소가 공개되지 않는다."‘Feu! (불이야)” 한 마디만 해도 소방차가 달려오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경기도 소방서에서 필요한 건 ‘소방관 친절교육’이나 ‘민원안내 서비스’가 아니라 촌각에 달린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합리적인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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