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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국회

by 관리자 조회 수:2549 2011.11.26 18:13


몇 년 전이었나. 퀘벡 주정부의 한국 커뮤니티 공식초청으로 다른 교민 여러분들과 함께 퀘벡 의회(Assemblee Nationale du Quebec)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회의장에 들어서자 곧 눈에 들어온 풍경은 커다란 생일케이크였다. 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퀘벡의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동료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한 명이 발언을 하면 경청하고 있다가 끝나면 소속 정당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다른 정당에서 반박을 하면 그쪽 정당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이 광경이 한국 국회의 몸싸움 내지는 저조한 출석률 등의 뉴스에만 익숙한 내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 대한민국 국회에는 두 번의 날치기 법안통과가 있었다. 그 하나가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는 소위 ‘미디어법’이고 다른 하나가 이번의 FTA건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국민 대다수의 생계가 걸린 안건을 공개의 원칙도 저버리고 몰래 여당 혼자 단 몇 분만에 해치운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이렇게 다급하게 해버린 것은 FTA가 그들에게 그만큼 ‘필요’했기 때문일까?

.2011년 11월, 인터넷 뉴스로 전해지는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영하의 날씨에 FTA 반대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물대포 맞아 젖은 옷이 얼어서 버석거렸다", "물대포 맞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옷이 얼음장처럼 얼었다", ”가만히 돌아서서 서있는데도 계속 등에 쏘아대서 우비가 찢어졌다’ 등 시위에 참가했던 트위터러와 블로거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무장단체가 아니라 시민들이다. 남녀노소 만여 명이 모여서 비겁한 FTA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평화시위였다.

정부와 여당의 태도도 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여당에서는 ‘물대포 자제’를 제안했다고만 하지 살인이나 다름 없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관련자 처벌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아니 물대포 사용으로 여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것을 걱정했으면 애초에 조현오 같은 인물을 경찰청장으로 내세우지도 말았어야 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여당인 한나라당의 조치란 고작 당원들에게 ‘술자리를 자제하라’는 권고가 전부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익숙해지지 말자. 잊어버리지 말자.’

‘그래도 한국에서 계속 안 살아 다행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내미는 내 자신이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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