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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ly Correct

by 관리자 조회 수:2932 2011.11.22 04:15


내가 미국에 처음 가 본 20년 전만 해도 흑인을 가리킬 때는 ‘black’이란 표현이 보편적이었다. Negro는 비하하는 표현이니 삼가야 한다는 당부를 들은 것도 그 때였다. 오늘 날에는 좀 길어도 ‘African-American’, 캐나다는 ‘African-Canadian’이라고 불러야 욕을 먹지 않는다. 양성평등의 논리로 Policeman은 Police officer로, 살림하는 여성을 부르던 Housewife는 Homemaker로, Fireman은 Firefighter로 불리게 되었다. 종교 논쟁을 피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연말에 ‘Merry Christmas’라는 말 대신 ‘Happy Holidays’라는 인사로 대신하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같은 표현을 ‘Politically Correct’하다고 말한다. 직역하면 ‘정치적으로 올바른’이라는 뜻으로 ‘Politically Correctness’라는 명사로도 널리 쓰인다.


줄여서 PC라고도 부르는 이 ‘정치적 적합성’은 소수민족, 장애인, 여성 등의 사회적 소수자를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용어를 가치중립적이고 비차별적인 단어로 바꾸는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일까? 그만큼 정치나 외교에서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의 방법이 중요하다는 뜻은 아닐까? 


그런데 요즘 한국 뉴스를 읽다 보면 한국에도 ‘Politically Correct’적인 표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잇단 막말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그 중 하나다. ‘꼴 같쟎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싶다’느니, ‘이대 계집애’니, 심지어 여기자에게 ‘맞고싶냐’까지.. 안 그래도 어록을 만들어도 될 만큼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던 차에 이번엔 ‘아구창’이라는 표현까지나왔다. FTA 통과 문제를 놓고 기자와 내기를 했다면서 FTA가 통과되면 기자 ‘아구창을 날리겠다’고 한 것. 


정치인들 잇단 말실수야 심심하면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일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며 성희롱 문제를 일으키고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해 국회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는 강용석 의원도 막말의 수위를 놓고 보면 막상막하의 경지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발언의 심각성을 본인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 ‘아구창’ 표현이 물의를 빚자 ‘기자와의 농담도 흠집이 되는 세상’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한탄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막말은 무심코 내뱉은 거라 쳐도 자신의 발언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는 그의 태도는 놀랍기까지 했다. ‘정치인’이 ‘기자’에게 한 발언이 뉴스가 아니면 누가 한 말이 뉴스거리가 된다는 말인가? 더구나 여당 대표가 현재 국내 최대 현안인 FTA 문제에 관해 한 발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치와 외교를 맡겨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희극 같은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