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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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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Column
 편집자 칼럼


어느 원로배우의 쓸쓸한 죽음

by 관리자 조회 수:2773 2011.11.10 12:58


영화배우 김추련, 70년대를 풍미했던 그가 짧은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필이면 영국 BBC 방송이 한국의 급증하는 자살률을 보도하던 참이었다. 오늘은 수험생이 수능을 몇 시간 앞두고 아파트에서 몸을 날렸다는 기사까지 있었다. 돈이 없어 부모가 자식을 끌어안고 죽고, 누군가에게 배신 당해 죽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고… 어느 하나 가슴 아프지 않은 죽음이 없겠지만 노년의 자살만큼은 너무나 안타깝다. 젊은 이들의 자살이 어느 정도 개인의 일이라면 노인의 자살은 전적으로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고 김추련은 유서에서 ‘외롭고 어려웠다’고 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이 있던 만큼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탱해줄 가족도 없이 힘겹게 서야할 때 왜 우리는 그를 지켜주지 못 했나? 치열하게 젊은 날을 살아온 분들이 이제 쉬어야 할 때 왜 최소한의 방어막조차 마련되지 못했는가? 


한국의 노인 빈곤과 자살율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고 한다. 2009년 통계로 보면 빈곤 노인은 전체 노년인구의 절반에 육박하고 65세에서 74세의 10만명 당 자살율은 81.8명으로 이웃나라인 일본의 17.9명에 비하면 4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75세 이상의 자살율은 160.4명으로 전체 국가 평균인 19.3명에 비해 무려 8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 추세가 점차 증가한다는 데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이전 10년 전에 비해 3배가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런 노인 자살의 원인이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과 질병, 그리고 외로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령화사회로 진입은 했지만 사회가 정서적으로도 체계적으로도 그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혹은 그럴 능력이 없는 자녀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국가와 사회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전쟁터에서 싸웠고, 수출전선에서 밤을 샌 그들에게 기본적인 사회의 안전망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국가가 외면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G20 참가를 자랑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요즘 한국 정치사회의 쟁점은 복지라고 한다. 그런데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복지란 더 잘 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게으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누구나 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전제가 바탕이 되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살면서 실패를 겪더라도, 타고난 능력이 많지 않아도, 누구나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할 의무가 국가에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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