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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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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Column
 편집자 칼럼


재외국민 선거권의 이면

by 관리자 조회 수:2682 2011.11.04 05:43


한나라당이 재외국민 선거권 입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강조했던 점 중 하나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재외국민 투표권은 보장이 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예를 살펴보자. 외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기본적인 선거권 획득을 위한 조건 외에 다음의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외국에서 살고 있는 기간이 연속 5년 이내여야 한다.
둘째, 캐나다로 돌아와 살 것이라는 의도가 분명해야 한다.

즉, 국적이 한국이라 하더라도 외국으로 살러 간 사람은 투표권이 없다는 이야기다. ‘캐나다에는 재외국민 투표권이 있다’라고 하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위에서 언급한 단서조항을 같이 알려주지 않는다면 실은 기만에 불과하다.


외국에 이민 가느라 연금 미리 타 먹고, 주민등록 말소 시키고 간 사람들에게 기어이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을 비롯해 몇몇 나라 밖에는 없을 것이다. 외국에 몇십 년씩 살아도, 한국의 국내사정을 잘 몰라도,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 일은 없어도, 세금은 다른 나라에 내고 있어도, 병역의 의무가 면제 되어도 국적만 대한민국이면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도 한나라당 외에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해외공관이 없는 지역의 해외교포들을 위해 우편투표도 병행해야 한다고 일부 한인단체와 한국 정부 일각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다른 나라의 사례는 핑계에 불과하다. 인구 대비 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의 수가 많기로는 한국이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이다. 만약 캐나다가 조건 없이 캐나다 국적민들에게 투표권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한국은 정권의 향방을 가르고도 남는다. 현재 추산되는 재외국민 선거권자가 약 229만 명이라고 한다. 그 표심을 잡기 위해 벌써부터 총선과 대선 바람이 미주 지역에도 불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벌써 미국 시민권자들이 투표권도 없고 선거운동권도 없으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여 선거관리위원회에 회부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때 아닌 향우회나 동창회가 선거운동을 위해 모이기도 한단다. 이에 대해 선관위의 태도는 나름(?) 강경하다.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른 입국금지를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 되면 총선이나 대선 전에 입국을 막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말이다. 외국에서 외국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한국의 법을 적용할 수 없어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인 이민자가 캐나다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 연방 하원의원 한 명 못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캐나다 사회 내에서 정착하고 위상을 높일 생각은 않고 한국 국회 비례대표를 꿈꾸거나 (재외국민 선거권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 선거권이 있으면 피선거권도 있어야 하므로 재외국민 비례대표 의원 선출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으로 개인의 입지를 넓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교민사회의 분란을 일으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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