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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대

by 관리자 조회 수:2728 2011.10.14 10:12


열 살 먹은 큰애가 주말에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것 같아 멍멍이 산책이나 시키라고 일렀더니 알았다고만 할뿐 게임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뭐에 열중해있나 궁금해서 들여다봤다가 놀랍기도 하고 기가 차서 더 이상 말이 안 나왔다.


아이가 하고 있던 게임은 다름 아닌 Nintendogs, 닌텐도 DS에서 가상의 개를 키우는 게임이다. 밥도 먹이고 산책도 시키는 것은 물론 원반던지기 같은 걸 가르치기도 한다. 멀쩡한 진짜 개를 눈 앞에 놔두고 컴퓨터 개를 좋다고 게임용 펜으로 연신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잔소리를 했더니 허스키(딸 아이가 지은 사이버 개의 이름)가 냄새도 안 나고 똑똑하단다.

어디 개키우기뿐일까. 모처럼 집에 아이 친구가 놀러와도 둘이 컴퓨터 두 대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다. 그냥 각자 자기 집에서 게임을 하지 뭐하러 같이 있나 싶다. 인터넷으로 하는 PC 게임은 물론이고 닌텐도 DS 같은 작은 게임기도 두 명이 연결해서 놀 수도 있단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놀이공간을 제공하는데 멤버쉽을 구입해야 아이템도 사고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해서 아이들 성화에 방학 동안에만 잠깐 멤버비를 내준 적도 있다. 거기서 누구를 만나나 어깨 너머로 봤더니 같은 반 친구 이름이 보인다. 집에서 불과 두 블록 거리에 사는 아이였다.

얼마 전엔 친구들이 전부 페이스북을 한다고 계정을 만들어 달래서 들어가봤더니 나이가 모자라서 안 되었다. 페이스북을 하는 아이들은 나이를 속이고 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면서 페이스북 운영자가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 편으로는 한국에서 살았었다면 그 나이에 이미 휴대폰을 하나씩 다 가지고 서로 기기 성능 자랑을 해가며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주고 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외국생활에서 얻어지는 몇 가지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던 오후 다섯시 반까지 TV도 볼 수 없었던 우리 어릴 때도 '전자오락'은 있었다. 그래도 집에 컴퓨터가 아니고 어쩌다 동전 들고 가서 몇 게임 하다 오는 거지 '사회생활'까지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것만 같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날씨라도 좋으니 밖에서 자전거도 타라고 등 떠밀어 내보낼 수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올텐데 마냥 집안에 틀어박혀 사이버 세상에 살려고 할 아이들을 사이버세상에서 어떻게 끌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