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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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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
 한권의 책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by 한카타임즈 조회 수:2644 2012.05.18 11:24


리영희 선생은 고희를 맞이한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졌다. 뇌중추신경에 큰 손상을 입어 오른쪽 손과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이 곧 사회적 참여요 실천인 지식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리영희 선생 본인도 ‘지적 활동과 글쓰는 일’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고백한다. 오른손의 마비로 저술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구술을 녹취해 원고지 2,700매 분량의 자서전을 만드는 일은 그의 초인적인 인내와 끈기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리영희 선생의 기억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되살려내는 일은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헌영 선생이 맡았다. 기획과 원고 구성에 대한 협의가 끝나고, 대담을 완성한 후 녹취한 구술을 풀어내 다듬고 보완해 초벌 원고를 만드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리영희의 전작을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자료들을 연구해 대담을 준비한 임헌영 선생의 혼고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수십 번씩 자료와 육필 원고, 사진 등을 찾아내 확인하고, 수십 년 전의 붕우들에게 때마다 연락을 취해 인명 하나까지 거짓 없이 전달하려 한 노학자의 모습은 존경을 넘어 벅찬 감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힘겹게 준비된 초벌원고에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꼭 부여잡고 한자 한자 교정을 보아 완성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대화』는 그 자체로 한 편의 휴먼 드라마이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게설정을 기권(棄權)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