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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순의 Bagdad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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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gdad Cafe - Movie talk
  이재순의 바그다드 카페




지난 번 두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영화광이라고 했다. 그가 영화광이 된 뒷배경엔 그의 엄마가 한 몫 하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던 그의 엄마가 손 꼭 붙잡고 그를 데리고 영화관을 드나들던 시절부터 3류영화 B급 영화등을 고루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할 때 물만난 고기마냥 홍콩 일본 영화서부터 유럽 영화들까지 두류 섭렵한 그의 방대한 영화 취향은 그의 영화를 보면 잘 나타난다.
Blaxploitation이란 장르의 영화가 있다. 70년대 흑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 장르는 주인공이 흑인이며 백인들이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들을 일컫는다. 마약밀매, 포주등이 등장하는 범죄영화들, 펑크나 소울 음악등이 등장하고 복수를 하는 이 영화들 중 대표작 중 하나가 <Foxy Brown>이며 이 영화의 주인공이 Pam Grier이다. 바로 타란티노의 <Jackie Brown>의 주인공으로 다시 부활한 그녀다. 70년대 Blaxploitation 영화들에 나올 때 그녀는 나쁜 백인들에게 멋지게 복수를 하는 멋진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Jackie Brown>에서는 중년 스튜어디스로 마약 딜러 오델의 심부름을 하다 경찰에 들켜 오델과 경찰 사이에서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이 위기를 빠져나오는지는 영화를 봐야할 것이다. 피 흥건하던 <Reservoir Dogs>와 <Pulp Fiction> 두 영화를 만들고 두번째 영화로 깐느를 정복한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고 있던 모든 이들은 그의 핏방울 비치지 않는데다 한 박자 느려진 호흡때문에 더 깜짝 놀란다. 타란티노는 40대 흑인 여 주인공인 Jackie의 호흡에 맞추어 영화의 속도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주인공의 나이를 감안한 이 영화의 속도감 이야기는 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 다음 영화는 <Kill Bill> 두 편이다. 이 영화의 Uma Thurman의 노란 체육복은 어김없이 이소룡을 떠올리고, 중국에서의 트레이닝은 중국 소림 무술 영화들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일본의 눈 위의 격투신이나 하토리 한조 이야기, 레스토랑 액션 신이나 Lucy Liu가 맡은 Oren Ishii 이야기들은 사무라이 영화들, 여고생 킬러 이야기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거기다 차 몰고 가는 장면은 서부극과 옛 헐리웃 흑백영화도 떠오르게 만든다. 행복했던 ‘The Bride’를 무참히 살해하려했던 모든이들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Bill을 찾아가는 ‘The Bride’의 여정은 험난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보는 우리는 그의 영화 안에서 또 다른 옛 영화의 흔적을 찾고 멋진 액션 장면에(피 튀기는) 싸움 와중에 멋진 ‘말싸움’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다 보면 영화 두 편이 그냥 다 지나간다.
자! 그 다음 영화 <Death Proof>는 2011년 12월에 쓴 기사를 참고하시길 바라고, 그 다음이 내가 <Death Proof>를 소개할 때 마지막에 나에게 주는 선물로 꼭 보리라던 <Inglourious Basterds>이다. 이 영화는 엉뚱하게도 나찌 전쟁이야기다. 전쟁 영화 베스트를 꼽으라면 <Thin Red Line>, <Platoon>, <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등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영화를 베스트 목록에 올려야 할 것 같다. 앞의 다른 영화들은 아무래도 철학적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타란티노의 영화는 전혀 새로운 작용을 한다. The Basterds를 이끄는 Aldo, 복수를 꿈꾸는 Shosanna, 유태인을 철저하게 골라내 무참하게 처형하는 Hans Landa, 여기에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한 극장에 다 모여들고 서로의 복수와 임무를 다하려 애쓴다. 이 영화는 나를 웃기기도 하였고 무섭게도 하였다. 상황 설정이나 에피소드등에서 예의 타란티노식 유머 혹은 장난기를 엿보거나 액션 장면, 실타래를 감았다 풀어내는 이야기 솜씨에 간혹 전쟁 이야기인걸 까먹을 때도 있었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결과를 주는지 전쟁의 참혹성을 누구못지 않게 확실하게 우리에게 심어주는 영화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 영화가 그것을 가장 극명하며 가장 엉뚱한 방법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Django Unchained>까지 왔다. 이번엔 서부극이다. 사실 서부극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왜냐며 배경이 미국 남부인데다 장고라는 이름만 가져왔지 실제로 장고는 노예이며 이 영화는 이 장고가 노예로 팔려간 부인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서부극의 그것과 닮아있다.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인 킹 슐츠에게 구출되어 같이 범죄자들을 ‘처단’ 하여 현상금을 벌다가 아내를 사간 캔디를 찾아간다. 이 영화의 잔인한 장면들은 무엇보다도 노예들을 ‘학대’하는 장면이다. 노예들을 싸움을 붙여 도박을 하는 장면이나 도망가다 잡힌 노예들을 고문하는 장면들은 참기 어려울만큼 잔혹하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는 주인공 장고뿐만 아니라 장고와 같이 길 떠난 슐츠 박사에게도 동기부여를 할만큼 증오를 불러 일으킨다. 이 영화나 앞의 <Inglourious Basterds>에서 주인공보다도 더 매력적인 Christoph Waltz(슐츠 박사)가 돋보인다. 미국도 아니고 독일도 아니고 영국도 아니고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외국인이 정확한 영어연기를 하면서 거기에 마술가루를 살짝 뿌린 것처럼 감칠맛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두 영화로 오스카를 두 번이나 거머쥔다. 깐느에서도 앞의 영화로 주연상을 탄다.
샘 페킨파에게서 황홀한 폭력을 배우고, 에릭 로메르를 사랑하고, 세르지오 레오네에게서 캐릭터 창조를 배우고, 혹스에게서 ‘수다’를 배운 그가 만들 다음 영화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런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다음 영화가 아닌 지금 영화를 봐달라고 말한다. 예측가능한 뻔한 영화를 만들기 싫다나…어쨌다나…